2억 전세금, 집주인이 사라진 날 Podcast Por  arte de portada

2억 전세금, 집주인이 사라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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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판례 2억 전세금, 집주인이 사라진 날 예상 읽기 시간 약 8분·투표 참여 후 실제 판결 공개 이 판례 듣기 사건번호2022가단87524 (각색) 법원서울서부지방법원 관련 법률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확정일자), 제8조(보증금의 회수), 민법 제536조(동시이행항변권) 카테고리임대차·분쟁 01그날의 이야기THE STORY 2021년 3월 15일, 김민수(31)와 아내 수진(29)은 서울 마포구 한 빌라 3층에 전세보증금 2억원을 주고 입주했다. 민수는 결혼자금으로 모은 8,000만원에 양가 부모님께 빌린 1억2,000만원을 합쳐 간신히 마련한 돈이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수진은 민수의 손을 꼭 잡으며 ‘드디어 우리 집이네’라고 속삭였다. 집주인 박영호(57)는 인상 좋은 중년 남성이었다. ‘제 집은 한 번도 문제된 적 없어요. 저도 이 근처 살면서 관리하니 걱정 마세요’라며 자신의 명함까지 건넸다. 민수는 등기부등본을 확인했고, 선순위 근저당은 1억3,000만원이었다. 부동산중개인은 ‘집값이 4억5,000만원인데 전세 2억이면 안전해요. 요즘 이런 조건 잡기 힘들어요’라고 거들었다. 2023년 1월, 계약 만료 3개월을 앞두고 민수는 박영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장할지, 이사할지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전화는 받지 않았다. 한 번, 두 번, 열 번. 문자도 읽씹이었다. 이상한 예감이 들어 집주인 집을 찾아갔지만, 그곳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박영호? 모르는데요. 전 여기 전세 들어온 지 6개월 됐어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아침이었다. 현관문에 법원 등기우편이 붙어 있었다. ‘부동산 임의경매 개시결정’. 손이 떨렸다. 서류를 뜯어보니 2022년 10월, 박영호가 다른 은행에서 2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으면서 근저당을 설정했고, 6개월간 이자를 내지 않아 경매가 시작됐다는 내용이었다. 민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부랴부랴 등기부등본을 재확인했다. 현재 근저당 총액은 3억3,000만원. 민수의 전세권 설정일자는 2021년 3월 15일, 두 번째 근저당 설정일은 2022년 10월 8일. 민수가 입주한 지 1년 7개월 후였다. 법원 감정가는 3억8,000만원으로 나왔다. 계산해보니, 근저당 3억3,000만원을 빼면 5,000만원밖에 남지 않았다. 2억을 넣고 5,000만원만 건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민수는 확정일자를 받았던 주민센터로 달려갔다. ‘제가 우선변제권이 있지 않나요?’ 담당 공무원은 고개를 저었다. ‘확정일자는 받으셨는데, 전세권 설정은 안 하셨네요. 그리고 이 빌라는 소액임차보증금 우선변제 기준인 4,500만원을 훨씬 초과해서…’ 말끝을 흐렸다. 민수는 전세권 설정과 확정일자가 다르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변호사 상담을 받았다. ‘집주인을 상대로 소송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집주인이 무자력 상태라면 승소해도 돈을 받기 어렵습니다.’ 민수는 물었다. ‘경매에서라도 제 돈을 건질 수 없나요?’ 변호사는 서류를 검토하더니 말했다. ‘선순위 근저당권자들이 먼저 가져가고, 남으면 받을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론 어렵습니다.’ 2023년 3월 15일, 계약 만료일이 됐다. 민수는 집을 비우지 않았다.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나갈 수 없었다. 박영호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엔 이렇게 썼다. ‘피고는 경매 진행 사실을 숨긴 채 원고의 연락을 회피하며, 선순위 근저당권 설정 후에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 법정에서 마침내 박영호를 마주했다. 그는 한결 초라한 모습이었다. ‘제 사업이 어려워져서… 일부러 그런 건 아닙니다’라고 중얼거렸다. 민수는 분노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왜 연락을 안 받으셨습니까? 3개월 전에만 말씀하셨어도 저희는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박영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낭독하기 전 민수에게 물었다. ‘원고는 현재도 해당 주택에 거주 중입니까?’ 민수는 대답했다. ‘예, 보증금을 받기 전엔 나갈 수 없습니다.’ 판사는 잠시 서류를 들여다보다가, 판결 선고를 시작했다. 2억원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피고는 원고에게 보증금 2억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원고는 위 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라. — 서울서부지방법원 2022가단87524 판결문 중 사건 핵심 확정일자를 받았어도, 전세권 등기를 하지 않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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